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에서 신탁계약 체결 건에 투표를 하게 된다. 그런데 계약서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찬성표를 던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문제는 전체회의에서 계약 체결 건이 통과되는 순간, 그 계약서는 법적 효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나중에 "이런 내용인 줄 몰랐다"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래서 투표 전에 신탁계약서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소유주로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찾아봤다. 신탁방식에서 소유주의 권리와 의무는 신탁계약서와 시행규정에 모두 담겨 있다. 조합방식의 정관에 해당하는 문서다.
1. 수수료 산정 기준
신탁사가 수수료를 어떤 기준으로 받는지가 핵심이다. 계약서상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분양수입 기준 : 총 분양수입의 일정 비율(통상 1~4%)을 수수료로 받는 방식. 집값이 오를수록 수수료도 덩달아 올라간다. 신탁사가 하는 일은 똑같은데 수수료만 늘어나는 구조다.
총사업비 기준 : 실제 투입된 전체 비용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받는 방식. 공사비가 오르거나 사업이 지연되면 수수료도 함께 늘어난다.
정액제 : 처음부터 수수료 총액을 고정하는 방식. 분양가나 공사비 변동과 무관하게 수수료가 고정된다. 국토교통부가 권장하는 방식이고 소유주 입장에서 가장 안전하다.
정액제가 아닌 비율제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수수료 총액은 OO억 원을 넘지 않는다"는 상한(캡) 조항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 조항이 없으면 집값 상승기에 소유주에게 돌아와야 할 이익을 신탁사가 무제한으로 가져가게 된다.
2. 수수료율 재협상 조항
재건축은 보통 수년에서 십수 년이 걸린다. 그 사이에 분양가가 처음 예상보다 크게 오를 수 있다. 이때 기존 수수료율을 그대로 적용하면 초과 수익이 신탁사에 과도하게 집중된다.
"분양 수익이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소유주가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는 재협상 조항이 계약서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3. 사업비 조달 방식 (소유주 담보 제공 금지)
과거에는 신탁사가 소유주의 부동산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받는 경우가 있었다. 사업이 잘못되면 소유주의 집이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는 구조였다.
2023년 국토부 표준계약서 개정으로 신탁사가 사업비를 직접 조달하고, 소유주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내 계약서에 이 내용이 제대로 반영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전 방식 그대로 체결된 계약서가 아직도 적지 않다고 한다.
4. 계약 해지 요건
사업이 지연되거나 신탁사에 문제가 생겼을 때 계약을 끝내고 조합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소유주 전원(100%) 동의가 필요한 구조라면 사실상 해지가 불가능하다. 수백, 수천 명이 전부 동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2023년 개정 표준계약서 기준으로는 소유주 75% 이상 찬성으로 해지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계약서의 해지 요건이 어떻게 명시돼 있는지, 해지 시 이미 쓴 초기 비용(설계비, 용역비 등)을 소유주가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도 함께 확인해두는 게 좋다.
5. 신탁사 귀책 시 손해배상 조항
신탁사 잘못으로 사업이 지연되거나 손해가 생겼을 때 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계약서에 명확히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조항이 모호하거나 없으면 피해를 봐도 보상받기 어렵다.
정리하면
- 수수료 산정 기준이 분양수입 기준이라면 상한(캡) 조항 필수
- 분양가 급등에 대비한 수수료율 재협상 조항 여부 확인
- 소유주 담보 제공 금지 조항이 계약서에 반영돼 있는지 확인
- 해지 요건이 75% 수준인지, 매몰비용 처리 기준은 합리적인지 확인
- 신탁사 귀책 시 손해배상 청구 근거가 명확히 있는지 확인
소유주는 법적으로 신탁계약서와 시행규정의 열람을 요청할 권리가 있다. 신탁사 측에 직접 요청하면 된다. 실제로 표준계약서보다 소유주에게 불리하게 작성된 계약서가 상당히 많다고 하니 서명 전에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의 검토를 받는 게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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